대체역사소설: 풍운의 시대, 새로운 하늘 아래 42장
대체역사소설: 풍운의 시대, 새로운 하늘 아래 제42장: 남쪽에서 온 회답(回答) 김약선의 명령이 떨어진 후, 강화의 시간은 다시 기다림의 무게 아래 가라앉았다. 북으로는 태자의 사절단이, 남으로는 이직 제독의 함대가 떠나 있었다. 고려의 명운을 쥔 두 개의 칼이 모두 그의 손을 떠나 있는 셈이었다. 김약선은 겉으로는 태연히 도방의 업무를 처리하고 개혁을 이끌었지만, 그의 신경은 온통 강화도 밖의 망망대해를 향해 있었다. 강화는 견고한 요새였지만, 동시에 답답한 감옥이기도 했다. 섬 밖의 세상에서 벌어지는 일들은, 오직 전령의 입이나 봉화의 연기를 통해서만, 한 발 늦게 간접적으로만 알 수 있었다. 김경손은 안절부절못했다. 그는 매일같이 형을 찾아와, 남해로 주력 함대를 파견해야 한다고 역설했다.“형님,..
2025. 7. 24.
대체역사소설: 풍운의 시대, 새로운 하늘 아래 39장
대체역사소설: 풍운의 시대, 새로운 하늘 아래 제39장: 판세를 뒤엎다김약선의 마지막 한 마디가 떨어지는 순간, 도방(都房)의 대청은 얼어붙은 바다처럼 정적에 휩싸였다. 몽고 사신 툴라이의 얼굴에서 오만함이 거품처럼 사라지고, 그 자리에는 당혹과 불신, 그리고 희미한 공포가 자리 잡았다. 강화도의 모든 무인들 역시, 자신들이 방금 목격한 광경을 이해하기 위해 필사적으로 머리를 굴리고 있었다.그들이 '겁쟁이의 침묵'이라 여겼던 시간 동안, 자신들의 새로운 주인은 저 머나먼 북쪽의 제국 수도를 향해, 왕실의 후계자를 보내 판 자체를 뒤엎는 거대한 책략을 벌이고 있었던 것이다. 칼과 창이 아닌, 정보와 외교라는 보이지 않는 칼로, 제국의 심장을 찔렀다.김약선은 흔들리는 툴라이를 향해 한 걸음 다가섰다. 그는 ..
2025. 7. 21.
대체역사소설: 풍운의 시대, 새로운 하늘 아래 38장
대체역사소설: 풍운의 시대, 새로운 하늘 아래 제38장: 보름달의 역전(逆轉)마침내, 운명의 밤이 왔다. 먹구름 한 점 없는 밤하늘에, 세상을 샅샅이 비출 듯 거대하고 서늘한 보름달이 떠올랐다. 몽고 사신단이 최후통첩의 시한으로 못 박았던, 바로 그 밤이었다.도방의 대청은 무거운 갑옷과 칼이 스치는 소리, 그리고 긴장된 침묵으로 가득 차 있었다. 김약선은 상좌에 앉아 있었고, 그 아래로 모든 장수들이 도열해 있었다. 그들의 얼굴에는 결전의 의지와 함께, 피할 수 없는 파멸에 대한 두려움이 뒤섞여 있었다. 특히 김경손은 형의 얼굴에서 어떤 변화라도 읽어내려는 듯, 한시도 눈을 떼지 않았다. 그는 자신의 형이, 이 마지막 순간에 결국 굴욕적인 답변을 내놓을지도 모른다는 일말의 불안감을 떨치지 못하고 있었다...
2025. 7. 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