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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품/랜드마크

얀바루 숲: 오키나와의 숨겨진 녹색 심장

by 누사두아 2025. 5.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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얀바루 숲: 오키나와의 숨겨진 녹색 심장

얀바루 숲

 

1. 푸른 바다 너머, 오키나와의 또 다른 얼굴

오키나와를 떠올리면 눈부신 에메랄드빛 바다와 끝없이 펼쳐진 백사장이 먼저 그려지기 마련입니다. 하지만 이 열대의 섬에는 푸른 바다만큼이나 깊고 신비로운 또 다른 얼굴이 숨겨져 있습니다. 바로 섬 북부에 자리한 '얀바루(山原)'라 불리는 광활한 숲입니다. 얀바루는 단순한 숲이 아닙니다. 2021년, 아마미오시마, 도쿠노시마, 이리오모테섬과 함께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으로 등재되며 그 가치를 세계적으로 인정받은 생명의 보고입니다. 이러한 국제적 인정은 얀바루의 아름다움을 넘어, 이곳의 생물 다양성이 지구 전체에 중요한 의미를 지니며 우리 모두에게 보호의 책임이 있음을 일깨워줍니다. 이곳은 오키나와딱따구리, 얀바루쿠이나(오키나와뜸부기)처럼 오직 이곳에서만 숨 쉬는 희귀 고유종들의 마지막 안식처이기도 합니다. 얀바루 숲으로의 여정은 푸른 바다와는 또 다른, 오키나와의 깊은 녹색 심장을 탐험하고, 그 안에 살아 숨 쉬는 생명의 신비와 마주하는 특별한 경험을 선사할 것입니다.

 

2. 얀바루, 그 푸른 심장을 찾아서

얀바루는 오키나와 본섬 북부 지역을 아우르는 이름으로, 그 어원은 '산과 숲이 우거진 지역'을 뜻하는 오키나와 방언에서 유래했습니다. 현대에 들어 개발이 진행되면서 그 범위가 다소 축소되어 현재는 주로 나고시 북쪽, 특히 구니가미촌, 오기미촌, 히가시촌 세 마을을 중심으로 한 지역을 지칭합니다. 이 지역은 이름 그대로 산들이 병풍처럼 이어지고 울창한 숲이 펼쳐진 지형적 특징을 보입니다. 해발 503m의 요나하산을 필두로 400m가 넘는 산들이 능선을 이루고 , 그 사이사이로 강과 계곡이 흐릅니다. 또한, 해안가에는 극적인 절벽과 독특한 카르스트 지형(석회암이 빗물 등에 용식되어 형성된 지형)이 발달했으며, 강 하구에는 맹그로브 숲이 우거져 있습니다.이처럼 다채로운 지형은 얀바루의 풍부한 생태계를 뒷받침하는 중요한 요소입니다. 산악 지형, 계곡, 습지, 해안 등 다양한 미세 서식 환경이 공존하기 때문입니다. 여기에 아열대 해양성 기후가 더해져 생명의 다양성은 더욱 풍성해집니다. 연평균 강수량이 2,500mm를 넘고 (요나하산 정상 부근은 3,000mm 이상), 연중 따뜻하고 습한 기후는 일본 최대 규모의 아열대 상록 활엽수림을 키워냈습니다. 얀바루 국립공원의 육지 면적만 해도 약 13,622헥타르에서 17,352헥타르에 달하며 , 이는 도쿄돔 약 11개에 해당하는 광활한 넓이입니다.오키나와 섬 남부와 중부가 도시화되면서 상대적으로 개발이 덜 이루어진 북부 얀바루 지역은 , 그 지리적 위치와 환경 덕분에 독특한 자연환경을 비교적 잘 보존할 수 있었을 것으로 추정됩니다. 이는 얀바루가 오키나와의 다른 지역과 차별화되는 중요한 특징이며, 이곳의 생태적 가치를 더욱 높이는 요인이 됩니다.

 

3. 살아 숨 쉬는 박물관: 얀바루의 생물 다양성

얀바루 숲은 흔히 '생물 다양성 핫스팟(Biodiversity Hotspot)'으로 불립니다. 이는 전 세계적으로도 고유종의 비율이 매우 높고 동시에 서식지가 심각한 위협에 처해 있는 지역을 의미합니다. 얀바루가 이러한 특별한 지위를 갖게 된 배경에는 수백만 년에 걸친 지질학적 역사가 자리 잡고 있습니다. 과거 유라시아 대륙의 일부였던 류큐 열도는 지각 변동으로 인해 대륙과 분리되고 다시 연결되기를 반복하며 섬으로 형성되었습니다. 이 과정에서 섬에 고립된 생물들은 오랜 시간 동안 독자적인 진화의 길을 걸으며 얀바루만의 고유한 생태계를 만들어냈습니다. 이러한 독특한 진화 과정과 풍부한 생물 다양성 덕분에 얀바루는 '동양의 갈라파고스'라는 별칭을 얻기도 했습니다.얀바루의 생태계는 아열대 상록 활엽수림이 중심을 이룹니다. 특히 '이타지이'라 불리는 구실잣밤나무가 숲의 우점종으로 넓게 분포하며 , 이 숲은 다양한 동식물의 보금자리가 됩니다. 또한, 강 하구에는 일본 본토 최대 규모의 맹그로브 숲이 발달하여 , 해수와 담수가 만나는 기수역 환경에 적응한 독특한 생물들이 서식합니다. 산과 숲, 강과 바다가 어우러진 얀바루는 일본 전체 조류 종의 약 절반, 고유 양서류 종의 약 1/4이 발견될 정도로 풍부한 생물 다양성을 자랑합니다.

'생물 다양성 핫스팟'이라는 명칭은 얀바루가 가진 두 가지 얼굴을 동시에 보여줍니다. 하나는 생태학적으로 매우 귀중하고 대체 불가능한 가치를 지녔다는 점이고, 다른 하나는 개발, 외래종 침입, 기후 변화 등 다양한 위협 요인으로 인해 그 가치가 심각하게 훼손될 위험에 처해 있다는 점입니다. 이는 얀바루의 자연을 보존하기 위한 노력이 왜 시급하고 중요한지를 명확히 보여줍니다. 얀바루의 생물 다양성은 단순히 종의 수가 많다는 것을 넘어, 수백만 년의 지구 역사와 진화의 과정이 압축된 살아있는 기록입니다. 따라서 얀바루의 생태계를 잃는 것은 단순히 몇몇 희귀종을 잃는 것을 넘어, 지구 생명의 역사를 기록한 귀중한 페이지를 잃는 것과 같습니다.

 

4. 얀바루의 동물들

얀바루 숲에는 오직 이곳에서만 만날 수 있는 특별한 생명들이 살아가고 있습니다. 이들은 오랜 시간 고립된 환경 속에서 독자적인 진화 과정을 거쳐 얀바루의 자연과 완벽하게 조화를 이룬 존재들입니다.

오키나와딱따구리 (Okinawa Woodpecker / Noguchigera)

오키나와딱따구리

 

얀바루를 상징하는 대표적인 새는 단연 오키나와딱따구리입니다. 오키나와현의 현조(県鳥)이자 , 일본 정부가 지정한 특별천연기념물 로서, 그 존재만으로도 얀바루의 특별함을 대변합니다. 현지에서는 '키타타차(キータタチャー)', '키치치차(キーチチチャー)'라는 정겨운 이름으로 불리기도 합니다.몸길이 약 30~31cm의 이 딱따구리는 전반적으로 짙은 갈색 또는 암적갈색 깃털을 지녔으며, 햇빛을 받으면 배 쪽의 붉은 깃털 끝이 선명하게 빛납니다. 날개에는 특징적인 흰 반점이 있습니다. 수컷은 이마부터 머리 뒤까지 이어지는 붉은 깃털이 인상적이며 , 암컷은 같은 부위가 검은 갈색을 띱니다. 분류학적으로는 오키나와딱따구리속(Sapheopipo)의 유일한 종으로 여겨졌으나 , 최근 유전자 분석 결과 등에 따라 큰오색딱따구리 등과 가까운 오색딱따구리속(Dendrocopos)으로 분류하는 견해도 있습니다.오키나와딱따구리는 오직 얀바루의 성숙한 아열대 상록 활엽수림, 특히 수령 30~40년 이상 된 굵은 나무(흉고 직경 20~30cm 이상)가 많은 숲에서만 서식하는 고유종입니다. 구실잣밤나무(Castanopsis sieboldii) 숲을 특히 선호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먹이는 주로 나무나 땅 위에서 찾는 절지동물(곤충 유충, 거미, 다지류 등)이며, 특히 하늘소 유충을 즐겨 먹습니다. 때로는 과일이나 견과류(구실잣밤나무 열매 등)도 먹는 잡식성입니다. 흥미롭게도 수컷은 땅 위에서, 암컷은 나무줄기에서 먹이를 찾는 경향이 관찰되기도 했습니다.번식을 위해서는 속이 썩기 시작한 굵은 나무가 필수적입니다. 딱따구리는 직경 20cm가 넘는 나무 에 입구 지름 약 6~7cm, 깊이 30~50cm 정도의 구멍을 직접 파서 둥지를 만듭니다. 둥지는 주로 땅에서 3~9m 높이에 위치합니다. 이처럼 특정 조건의 나무에 의존하는 둥지 습성은 오키나와딱따구리 보전에 있어 건강한 노령림 생태계 유지가 왜 중요한지를 명확히 보여줍니다. 단순한 면적 확보를 넘어, 숲의 질적인 성숙도가 종의 생존에 필수적이라는 의미입니다. 또한, 딱따구리가 사용한 둥지는 스스로 구멍을 파지 못하는 류큐소쩍새나 박새 등 다른 동물들에게 귀중한 보금자리를 제공하기도 합니다. 이는 오키나와딱따구리가 얀바루 숲 생태계 내에서 다른 종의 생존에 영향을 미치는 핵심적인 역할을 수행할 가능성을 시사합니다.번식기는 보통 2월 말부터 6월까지이며, 4~5월에 집중적으로 2~5개의 알을 낳습니다 (주로 4개). 암수가 함께 둥지를 파고, 약 11일간 알을 품으며(밤에는 수컷 담당), 부화 후 약 4주 동안 새끼를 정성껏 돌봅니다. 둥지에서 새끼가 성공적으로 자라나는 비율은 약 90%로 비교적 높지만, 뱀이나 까마귀의 습격, 둥지 침수 등으로 실패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오키나와딱따구리는 일부일처제를 이루며 짝과의 유대가 강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이들의 사회 구조는 다른 일부 딱따구리 종에서 관찰되는 복잡한 협동 번식 체계와는 달리 비교적 단순할 것으로 추정됩니다. "쿗", "핏" 하는 울음소리와 나무를 빠르게 두드리는 드럼밍 소리는 얀바루 숲에서 이들의 존재를 알리는 신호입니다. 정확한 수명은 알려지지 않았으나, 세대 기간은 약 5.2년으로 추정됩니다.안타깝게도 오키나와딱따구리는 심각한 멸종 위기에 처해 있습니다. IUCN 적색 목록에서 '위급(CR)' 또는 최근 평가에 따라 '멸종위기(EN)' 종으로 분류됩니다. 추정 개체수는 연구마다 차이가 있지만, 90년대 최대 500마리에서 최근에는 600마리 미만 또는 그보다 훨씬 적은 수(약 90마리 , 성체 50~249마리 )로 보고될 정도로 매우 적습니다.주요 위협 요인은 명확합니다. 과거 수십 년간 진행된 대규모 벌목과 도로, 댐, 농경지, 골프장 건설 등 무분별한 개발로 인해 서식지인 오래된 숲이 크게 파괴되고 단편화되었습니다. 특히 얀바루 북부에 위치한 미군 북부훈련장 내 헬기 착륙장 건설과 군용기 비행은 서식지 파괴와 소음으로 인한 스트레스를 가중시키는 요인으로 지목됩니다. 또한, 인간에 의해 유입된 외래 포식자인 몽구스 , 들고양이 , 그리고 토착 포식자인 큰부리까마귀 등이 알과 새끼, 심지어 성체까지 공격하여 개체수 감소에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도로 건설은 서식지를 가로질러 로드킬 위험을 높이는 또 다른 위협입니다.다행히 오키나와딱따구리를 보호하기 위한 노력은 다방면으로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1993년 국내희소야생동식물종 지정 및 1998년 보호증식사업 계획 수립을 시작으로 , 국립공원 및 각종 보호구역 지정 , 지역 조례 제정 , 몽구스 방제 사업 , 서식지 모니터링 , 얀바루 야생생물 보호센터 운영 등이 진행 중입니다. 특히 몽구스 방제 사업은 오키나와딱따구리를 포함한 고유 조류들의 서식 범위 회복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 것으로 평가됩니다. 최근 IUCN 등급이 '위급'에서 '멸종위기'로 한 단계 하향 조정된 것은 이러한 보전 노력이 실질적인 성과를 거두고 있음을 보여주는 고무적인 신호입니다. 하지만 여전히 개체수가 매우 적고 다양한 위협 요인이 상존하는 만큼, 지속적인 관심과 노력이 절실히 요구됩니다.

오키나와뜸부기 (Okinawa Rail / Yanbaru Kuina)

오키나와뜸부기

 

얀바루의 또 다른 상징적인 새는 오키나와뜸부기, 현지에서는 '얀바루쿠이나'로 더 잘 알려져 있습니다. 이 새의 가장 큰 특징은 날개가 퇴화하여 날지 못한다는 점입니다. 몸길이 약 30~35cm에 붉은 부리와 다리, 가슴 부분의 흑백 줄무늬가 인상적입니다.주로 숲 바닥을 걸어 다니며 지렁이나 달팽이 같은 작은 동물을 잡아먹고 , 밤에는 천적인 하브(오키나와 독사)를 피해 나무 위에서 잠을 잡니다. "케케케케" 하고 울리는 크고 독특한 울음소리는 숲 속에서 이들의 존재를 알립니다.오키나와뜸부기 역시 멸종 위기에 처해 있으며 , 일본 천연기념물로 지정되어 보호받고 있습니다. 날지 못하는 특성 때문에 지상 포식자에게 매우 취약한데, 특히 외래종인 몽구스와 들고양이의 유입은 치명적인 위협이 되었습니다. 몽구스가 들어온 이후 개체수가 급격히 감소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또한 도로를 건너다 차에 치여 죽는 로드킬 역시 개체수 감소의 주요 원인 중 하나입니다. 오키나와딱따구리와 마찬가지로 오키나와뜸부기 역시 몽구스와 로드킬이라는 공통된 위협에 직면해 있으며, 이는 인간 활동이 얀바루 고유 생태계에 미치는 광범위한 영향을 보여줍니다. 따라서 두 종의 보전을 위해서는 서식지 보호와 함께 외래종 관리, 로드킬 방지 등 통합적인 접근이 필수적입니다.

그 외 희귀 생물들

얀바루 숲은 이 두 대표적인 새 외에도 수많은 희귀 생명의 보금자리입니다.

  • 이시카와개구리 (Ishikawa's Frog): 선명한 녹색 바탕에 금색과 보라색 반점이 박힌 듯 아름다운 모습 때문에 '일본에서 가장 아름다운 개구리'로 불립니다. 얀바루 숲의 습한 계곡 주변에 서식하며 , 멸종위기종으로 보호받고 있습니다.  
     
  • 류큐긴털쥐 (Ryukyu Long-furred Rat / Diplothrix legata): 얀바루를 포함한 류큐 열도 일부 섬에만 서식하는 고유종 쥐입니다. 긴 털과 꼬리가 특징이며, IUCN 적색 목록 '멸종위기(EN)' 등급으로 지정되어 있습니다. 삼림 벌채, 외래종 포식자, 그리고 야행성 습성으로 인한 로드킬 등으로 심각한 위협을 받고 있습니다.  
     
  • 얀바루테나가코가네 (Yanbaru Long-armed Scarab Beetle): 일본에서 가장 큰 딱정벌레 중 하나로 , 얀바루 지역에서만 발견되는 고유종입니다. 1983년에 처음 발견되었습니다.  
     

이 외에도 류큐멧토끼, 오키나와가시쥐, 류큐산양, 류큐소쩍새 등 수많은 고유종 및 희귀종들이 얀바루의 복잡하고 풍부한 생태계를 구성하고 있습니다.

얀바루의 별들: 주요 고유종 및 보전 상태 특징 IUCN 등급 주요 위협 요인
오키나와딱따구리 (Okinawa Woodpecker / Noguchigera) 오키나와 현조, 특별천연기념물, 성숙림 의존, 둥지 제공 멸종위기(EN) 서식지 파괴(개발, 미군기지), 외래종(몽구스, 고양이), 로드킬
오키나와뜸부기 (Okinawa Rail / Yanbaru Kuina) 날지 못하는 새, 천연기념물, 지상 생활 멸종위기(CR/EN) 외래종(몽구스, 고양이), 로드킬, 서식지 파괴
이시카와개구리 (Ishikawa's Frog) '일본에서 가장 아름다운 개구리', 습한 환경 서식 멸종위기(EN) 서식지 파괴, 외래종
류큐긴털쥐 (Ryukyu Long-furred Rat / Diplothrix legata) 긴 털과 꼬리, 야행성 멸종위기(EN) 서식지 파괴, 외래종, 로드킬
얀바루테나가코가네 (Yanbaru Long-armed Scarab Beetle) 일본 최대 딱정벌레 중 하나 정보 부족 서식지 파괴

 

5. 숲과 사람, 오랜 시간의 이야기

얀바루 숲은 태고의 자연 그대로 보존된 원시림처럼 보이지만, 사실 이곳은 오랜 시간 사람들의 삶과 깊숙이 연결되어 온 '문화적 경관(Cultural Landscape)'입니다. 얀바루의 자연은 오키나와의 역사와 문화를 형성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해왔으며, 사람들은 숲과 바다가 주는 혜택 속에서 고유한 삶의 방식을 이어왔습니다.류큐 왕국 시대(15~19세기)에 얀바루 숲은 중요한 자원의 보고였습니다. 왕실과 지역 공동체의 관리 아래 숲에서는 건축과 선박 건조에 필요한 목재, 그리고 생활에 필수적인 숯이 생산되어 오키나와 중남부 지역으로 공급되었습니다. 특히 단단하고 내구성이 좋은 구실잣밤나무(이타지이) 등은 고급 목공예품의 재료로 사용되기도 했습니다. 숲에서 베어낸 나무를 해안까지 운반하고, '얀바루센(山原船)'이라 불리는 배에 실어 남쪽 수도까지 나르던 모습은 당시 얀바루가 왕국의 경제에 기여했던 중요성을 보여줍니다.얀바루 사람들의 삶은 숲과 바다와 분리될 수 없었습니다. 그들은 숲에서 필요한 자원을 얻고, 바다에서 식량을 구하며 자연과 더불어 살아가는 지혜를 터득했습니다. 이러한 삶의 방식은 얀바루 지역의 독특한 문화와 전통으로 이어졌습니다. 대표적인 예가 '운가미(海神祭)' 또는 '운자미(ウンジャミ)'라 불리는 해신제입니다. 매년 음력 7월(주로 추석 이후) 시오야만 등지에서 열리는 이 축제는 바다의 신에게 풍어와 마을의 안녕을 기원하는 전통 의식으로, 얀바루 사람들의 자연에 대한 경외심과 공동체 의식을 엿볼 수 있는 중요한 문화유산입니다.오키나와딱따구리가 오키나와현의 현조로 지정된 것 외에, 특정 동식물에 얽힌 구체적인 민담이나 전설에 대한 기록은 부족하지만 , 얀바루쿠이나와 같은 고유종은 지역의 상징으로 여겨지며 , 숲 자체가 오키나와의 독특한 자연과 문화를 대표하는 공간으로 인식됩니다. 얀바루 지역 주민들의 건강한 장수 비결 역시 자연 친화적인 식단과 생활 방식과 무관하지 않다는 점에서 , 숲과 인간의 건강한 관계를 엿볼 수 있습니다.

이처럼 얀바루 숲은 단순한 자연 공간을 넘어 역사, 문화, 사람들의 삶이 겹겹이 쌓여 만들어진 소중한 터전입니다. 따라서 얀바루를 보존하는 것은 희귀한 생물과 아름다운 자연을 지키는 것일 뿐만 아니라, 오키나와의 고유한 역사와 문화를 미래 세대에게 전달하는 중요한 과제이기도 합니다. 과거 자원 이용의 역사와 현재의 보전 노력 사이의 균형점을 찾는 것은 쉽지 않은 과제이지만, 지속 가능한 관광과 지역 사회의 참여를 통해 자연과 문화, 그리고 사람들의 삶이 조화롭게 공존하는 미래를 만들어가야 할 것입니다.

6. 얀바루를 만나는 가장 좋은 방법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으로 지정된 얀바루 숲의 경이로움을 직접 경험하는 것은 잊지 못할 추억이 될 것입니다. 하지만 이 소중한 자연을 미래 세대에게 온전히 물려주기 위해서는 방문객 모두의 책임감 있는 자세가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얀바루의 섬세하고 취약한 생태계를 존중하며, 정해진 규칙과 에티켓을 지키는 것이 얀바루를 만나는 가장 좋은 방법입니다.

얀바루의 매력을 안전하고 깊이 있게 느끼기 위한 몇 가지 방법을 소개해 드립니다.

  • 숲 속 하이킹 및 트레킹: 얀바루의 심장부로 들어가는 가장 좋은 방법 중 하나는 잘 정비된 하이킹 코스를 걷는 것입니다. 오키나와 본섬에서 가장 높은 낙차(약 26m)를 자랑하는 히지 폭포(比地大滝)까지 이어지는 1.5km의 트레킹 코스는 비교적 걷기 쉬우면서도 아열대 숲의 정수를 느낄 수 있어 인기가 높습니다. 다이세키린잔(大石林山) 공원의 트레일은 수억 년의 시간이 빚어낸 기암괴석과 카르스트 지형 사이를 걸으며 독특한 풍경을 감상할 수 있습니다. 오키나와 최고봉인 요나하산(与那覇岳) 등반 역시 도전해 볼 만합니다. 얀바루의 복잡한 생태계와 숨겨진 이야기를 더 깊이 이해하고 싶다면, 자연 해설사가 동행하는 가이드 투어를 이용하는 것이 좋습니다. 가이드의 설명은 단순한 풍경 감상을 넘어 자연과의 깊은 교감을 가능하게 하고, 길을 잃거나 위험한 생물과 마주칠 위험을 줄여줍니다.  
     
  • 맹그로브 카약 및 카누: 얀바루 동쪽 해안의 게사시만(慶佐次湾)은 일본 본토에서 가장 큰 맹그로브 숲을 자랑합니다. 잔잔한 강물을 따라 카약을 저으며 물 위로 복잡하게 얽힌 맹그로브 뿌리와 그곳에 서식하는 다양한 생물들을 관찰하는 것은 특별한 경험입니다. 댐 건설로 인해 생긴 호수에서 즐기는 네이처 카약 또한 숲을 다른 각도에서 조망할 기회를 제공합니다. 초보자도 쉽게 참여할 수 있는 다양한 가이드 투어가 운영되고 있으니 미리 예약하는 것이 좋습니다.  
     
  • 자연 관찰 및 야간 투어: 얀바루는 희귀 동식물의 보고입니다. 낮에는 오키나와딱따구리나 얀바루쿠이나 같은 새들을 찾아보거나 , 밤에는 야행성 동물들의 움직임을 관찰하는 나이트 투어에 참여하는 것도 흥미롭습니다. 맑은 날 밤에는 쏟아질 듯한 별을 감상하는 별 관측 투어도 가능합니다.  
     
  • 방문자 센터 활용: 얀바루 야생생물 보호센터 '우후기 자연관'(현재 리모델링 중, 재개관 예정) 이나 기타 학습 시설에서는 얀바루의 자연과 문화에 대한 유익한 정보를 얻고 교육 프로그램에 참여할 수 있습니다.  
     

얀바루를 방문할 때는 다음과 같은 에티켓과 주의사항을 반드시 숙지하고 실천해야 합니다. 이는 얀바루의 자연을 보호하고 방문객 자신의 안전을 지키기 위한 최소한의 약속입니다.

  • 정해진 길만 이용하기: 숲 속은 길이 험하고 위험하며 , 길을 벗어나면 희귀 식물을 밟거나 서식지를 훼손할 수 있습니다. 또한, 오키나와 고유의 독사인 하브(ハブ) 등 위험 생물과 마주칠 가능성도 높아집니다. 반드시 지정된 탐방로나 산책로를 이용해야 합니다.  
     
  • 동식물 보호: 눈으로만 감상하고 절대 만지거나 채취하지 마십시오. 야생동물에게 먹이를 주는 행동은 동물의 건강과 생태계 균형에 심각한 악영향을 미칠 수 있으므로 절대 금물입니다.  
     
  • 외래종 유입 차단: 애완동물은 데려가지 마십시오. 야생화된 애완동물은 얀바루쿠이나 등 토종 동물을 공격하는 포식자가 될 수 있습니다. 외부의 식물이나 동물을 가져오는 것도 금지됩니다. 신발에 묻은 흙도 깨끗이 털어내어 외부 씨앗이나 미생물 유입을 막는 것이 좋습니다.  
     
  • 로드킬 예방: 얀바루 지역 도로는 야생동물의 이동 경로와 겹치는 경우가 많습니다. 특히 동물들의 활동이 활발한 새벽, 해 질 녘, 야간에는 각별히 주의하여 천천히 운전해야 합니다. 얀바루쿠이나, 류큐긴털쥐 등이 로드킬로 희생되는 안타까운 일이 계속 발생하고 있습니다.  
     
  • LNT (Leave No Trace): 자신이 가져온 모든 쓰레기는 반드시 되가져가야 합니다. 음식물 쓰레기 역시 야생동물을 유인하고 생태계를 교란시키므로 남기지 마십시오.  
     
  • 기타: 숲에 들어가기 전에는 반드시 화장실을 이용하고 , 차량 진입이 금지된 곳에는 들어가지 마십시오. 지역 주민들의 생활 공간을 존중하고 소음 등으로 피해를 주지 않도록 주의해야 합니다.  

얀바루 숲 사진

 

얀바루에서의 경험은 단순한 관광을 넘어 자연과의 깊은 교감을 나누고 생명의 소중함을 배우는 기회가 될 수 있습니다. 방문객 한 사람 한 사람의 책임감 있는 행동이 모일 때, 얀바루의 아름다움은 미래 세대에게도 온전히 전달될 수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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