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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체역사소설: 풍운의 시대, 새로운 하늘 아래 13장 대체역사소설: 풍운의 시대, 새로운 하늘 아래 제13장: 공모자들의 맹세낡은 가마터의 싸늘한 공기 속에 김약선의 목소리가 나직하게 울려 퍼졌다. 그는 아내가 설계한 대담하고도 위험한 계획을, 한 단어 한 단어 신중하게 내뱉었다. 비밀 창고에 대한 방화, 소란을 틈타 최항의 사병을 유인하는 계책, 그리고 그 모든 것을 진양공 최우가 직접 목격하게 만든다는, 음모에 가까운 작전.이야기가 끝났을 때, 방 안에는 무거운 침묵이 감돌았다. 그것은 동의의 침묵이 아니었다. 경악과 불신, 그리고 당혹감이 뒤섞인, 얼어붙은 시간이었다.가장 먼저 격렬하게 반응한 것은 최민준이었다. 그는 벌떡 일어나 김약선을 향해 외쳤다. 그의 얼굴은 배신감과 실망감으로 붉게 상기되어 있었다. "나리! 어찌 그런 말씀을 하실 수 있습니까.. 2025. 7. 9.
대체역사소설: 풍운의 시대, 새로운 하늘 아래 12장 대체역사소설: 풍운의 시대, 새로운 하늘 아래 제12장: 독사(毒蛇)의 지혜김약선은 마침내 아내에게 모든 것을 털어놓았다. 조익겸이라는 살아있는 장부, 문처립의 비리, 그리고 그 너머에 도사리고 있던 끔찍한 진실. 최항이 진양공 몰래 교동도에서 '충의대'라는 사병을 키우며 반역을 도모하고 있다는 사실까지. 그는 아내가 충격에 휩싸이거나, 어쩌면 두려움에 떨 것이라 예상했다.그러나 최씨 부인의 반응은 그의 예상을 완전히 빗나갔다. 그녀의 아름다운 얼굴에서 핏기가 가시는가 싶더니, 이내 그 자리를 차지한 것은 비통이나 공포가 아닌, 얼음장처럼 차가운 분노였다. 그녀가 아끼던 백옥 비녀를 어루만지던 손길이 멈췄다. "…그 천한 계집의 자식이, 감히." 그녀의 입에서 나온 첫마디는 남편을 향한 위로가 아닌, 이.. 2025. 7. 8.
대체역사소설: 풍운의 시대, 새로운 하늘 아래 11장 대체역사소설: 풍운의 시대, 새로운 하늘 아래 제11장: 살아있는 장부(帳簿)강화성 외곽, 잡목과 덩굴에 뒤덮여 이제는 더 이상 불을 때지 않는 낡은 질그릇 가마터. 먼지와 거미줄로 가득한 이곳이 박진이 마련해 둔 비밀 은신처였다. 연기가 피어오르지 않는 굴뚝은 감시를 피하기에 최적이었고, 복잡한 내부 구조는 유사시 방어와 도주에 용이했다.이곳에 먼저 도착해 초조하게 기다리던 김약선과 박진은, 흙과 땀으로 범벅이 된 장혁의 일행이 거의 반 시체가 된 사내를 끌고 나타나자 비로소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조익겸의 몰골은 처참했다. 최씨 막부의 위세를 등에 업고 호의호식하던 지방의 호랑이는 온데간데없고, 겁에 질려 오물까지 지린 채 덜덜 떠는 한 마리 생쥐만 남아 있었다. 그는 자신을 둘러싼 낯선 사내들을 보.. 2025. 7. 8.
대체역사소설: 풍운의 시대, 새로운 하늘 아래 10장 대체역사소설: 풍운의 시대, 새로운 하늘 아래 제10장: 안개 속의 추격새벽의 강화는 짙은 안개에 잠겨 있었다. 한여름의 습기를 가득 머금은 바다 안개는 섬 전체를 거대한 장막으로 가려, 지척의 아군과 적군조차 분간하기 어렵게 만들었다. 이곳은 고려의 심장이자 항전의 보루였지만, 오늘 이 새벽만큼은 누군가에게는 도피처이자 다른 누군가에게는 사냥터가 될 참이었다.장혁은 갑곶나루(甲串津)가 내려다보이는 언덕 위, 소나무 숲에 몸을 숨긴 채 옅어지는 어둠을 응시했다. 그의 뒤로는 그림자처럼 움직이는 수하 십여 명이 각자의 위치에서 숨을 죽이고 있었다. 그러나 장혁의 진짜 신경은 이곳, 공식적인 관문이 아닌 다른 곳에 쏠려 있었다. ‘도망자는 대로(大路)로 다니지 않는다.’ 그는 수하의 절반 이상을 강화 남단의.. 2025. 7. 8.
대체역사소설: 풍운의 시대, 새로운 하늘 아래 9장 대체역사소설: 풍운의 시대, 새로운 하늘 아래 제9장: 벼랑 끝의 쥐, 고양이를 향해 뛰다 해주, 조익겸의 저택.지난 며칠간, 조익겸은 살아도 사는 것이 아니었다. 한때 흥청망청했던 저택은 이제 굳게 닫힌 감옥이 되었다. 그는 밤마다 잠을 이루지 못하고, 바람에 문이 덜컹이는 소리에도 화들짝 놀라 칼을 빼 들었다. ‘물귀신’의 환영이 그의 눈앞을 떠나지 않았다. 강화로부터 올 구원의 소식만을 애타게 기다리며, 그는 말라가는 식물처럼 시들어갔다.마침내 연락책이 당도한 것은 닷새째 되던 날 밤이었다. 원래 오기로 했던 밀사가 아니라는 점이 마음에 걸렸지만, 조익겸은 그럴 경황이 없었다. 그는 허둥지둥 서신을 받아 들고 자신의 밀실로 뛰어 들어갔다. ‘살았다. 이제 살았다!’ 떨리는 손으로 밀봉을 뜯고 서신을.. 2025. 7. 8.
대체역사소설: 풍운의 시대, 새로운 하늘 아래 8장 대체역사소설: 풍운의 시대, 새로운 하늘 아래 제8장: 붓끝에 맺힌 독(毒)김약선의 계획은 대담함을 넘어 무모하게까지 들렸다. 최씨 군사 막부의 현직 장군을 사칭하여 서신을 위조하는 행위. 이것이 발각되는 날에는, 군량미 비리를 파헤치던 충신은 간데없고 정권을 전복하려 한 역도로 몰려 삼족이 멸해질 터였다. 방 안에는 무거운 침묵이 흘렀다. 박진과 최민준은 김약선의 얼굴에서 어떤 망설임이나 두려움이라도 찾아보려 했지만, 그의 눈빛은 얼음장처럼 차갑고 결연했다. "하겠습니다." 침묵을 깬 것은 장혁이었다. 그는 언제나처럼 간결하게 말했다."오늘 밤 안으로, 문처립의 필체를 구해 오겠습니다." 그의 대답에, 다른 이들의 망설임도 눈 녹듯 사라졌다. 이 위험한 다리를 건너기로 결심한 이상, 뒤를 돌아볼 수는 .. 2025. 7. 7.
풍운의 시대, 새로운 하늘 아래 7장 풍운의 시대, 새로운 하늘 아래 제7장: 밀서(密書), 칼날이 된 글씨밤은 이슬을 머금고, 강화로 향하는 길목은 짙은 해무에 잠겨 있었다. 한 치 앞을 분간하기 어려운, 암살과 밀회를 위한 완벽한 무대였다. 갯벌과 갈대밭 사이로 난 좁은 길목, 뭍에서 오는 배가 닿는 나루터에서 멀지 않은 곳에 그림자 세 개가 갈대보다 낮은 자세로 숨어 있었다.그 중심에는 장혁이 있었다. 그는 더 이상 김약선의 충직한 집사가 아니었다. 어둠 속에서 상대를 기다리는, 잘 벼린 비수 같은 존재였다. 그의 눈은 안개 너머, 나루터 방향을 향해 고정되어 있었다. 김약선의 명은 절대적이었다. '죽이지 마라. 서신만 빼앗아라.' 그것은 단순한 자비가 아니었다.상대를 살려둠으로써 혼란을 가중시키고, 자신들의 존재를 완벽히 숨기려는 고.. 2025. 7. 7.
금수산태양궁전 북한 독재의 상징 금수산태양궁전 북한 독재의 상징제1장: 영원을 향한 초대, 피할 수 없는 의무적 순례평양 여행 일정표에 김일성과 김정일, 두 독재자의 시신이 안치된 영묘 방문이 포함되어 있다는 사실을 마주하는 것은 초현실적인 경험이다. 이는 선택 관광이 아닌, 평양을 방문하는 모든 이들에게 부과된 필수 불가결한 핵심 일정이다. 이곳은 북한에서 '가장 신성한 장소'로 불리며, 방문객에게는 장례식에 준하는 수준의 경의를 표할 것을 요구한다. 이 글은 금수산태양궁전 방문을 고려하는 이들을 위한 안내서이자, 동시에 그 이면에 숨겨진 복잡하고 어두운 진실을 파헤치는 비판적 분석서다. 이곳을 이해하는 것은 곧 북한이라는 국가의 본질을 이해하는 열쇠이기 때문이다. 금수산태양궁전은 단순히 한 장소에 머무르지 않는다. 이곳은 두 .. 2025. 7. 7.
풍운의 시대, 새로운 하늘 아래 6장 풍운의 시대, 새로운 하늘 아래 제6장: 첫 번째 균열같은 시각, 해서(海州).수비대장 조익겸(趙益謙)의 저택에서는 밤늦도록 주연(酒宴)이 한창이었다. 몽고와의 전쟁으로 온 강토가 신음하고, 수도 강화의 백성들조차 부족한 물자로 허리띠를 졸라매고 있었지만, 이곳은 무릉도원이 따로 없었다. 잘 기름칠 된 옻상 위에는 바다와 육지의 진미가 가득했고, 곱게 단장한 기생들의 웃음소리와 가야금 소리가 밤공기를 간질였다. 조익겸은 비단 방석에 비스듬히 기댄 채, 흡족한 미소로 이 모든 것을 누리고 있었다. 최씨 막부(崔氏 幕府)의 권력 아래 빌붙어 얻어낸 달콤한 과실이었다. "크하하! 좋다, 좋아! 이래야 사는 것 같지!" 그가 기름진 손으로 기생의 어깨를 감싸 안으려던 순간이었다. 하인 하나가 조심스럽게 다가와 .. 2025. 7. 7.
풍운의 시대, 새로운 하늘 아래 5장 풍운의 시대, 새로운 하늘 아래 제5장: 피의 대가, 칼날의 서약 '실족사(失足死)'. 그 세 글자가 얼음송곳이 되어 방 안의 모든 온기를 빨아들였다. 최민준의 얼굴에서 핏기가 사라지더니, 이내 걷잡을 수 없는 분노와 슬픔으로 시뻘겋게 달아올랐다. 그가 벌떡 일어나 방문을 향해 뛰쳐나가려는 것을, 옆에 있던 박진이 간신히 붙잡았다. "어딜 가려는 겐가!" "놓으십시오, 대감! 이대로 좌시할 수는 없습니다! 그자는… 그자는 제게 형님과도 같은 사람이었습니다! 그저 썩어빠진 세상을 바로잡는 데 힘을 보태고 싶었을 뿐인데! 그런데 저 짐승만도 못한 놈들이…!" 최민준의 절규가 밤의 정적을 갈랐다. 그는 건장한 무인이었으나, 지금은 상처 입은 아이처럼 울부짖고 있었다. 김약선은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심장이 .. 2025. 7. 6.
풍운의 시대, 새로운 하늘 아래 4장 풍운의 시대, 새로운 하늘 아래 제4장: 막부(幕府)의 그늘, 왕국(王國)의 기록 (長篇)차가운 잿빛 절망이 김약선의 사랑채를 잿물처럼 적셨다. 희미한 촛불은 흔들렸고, 탁자 위의 찻잔은 온기를 잃은 지 오래였다. 최항이 쳐놓은 '규정'이라는 거미줄은 눈에 보이지 않았지만, 그 어떤 성벽보다도 견고하게 그들의 앞길을 가로막고 있었다. 의욕에 불타던 젊은 무관 최민준은 분을 이기지 못해 꽉 쥔 주먹을 부들부들 떨었다. "이런 비겁하고 졸렬한 수작을…! 결국 서류 창고에 자물쇠를 채워놓고, 그 열쇠는 자기 손에 쥐고 있겠다는 것 아닙니까! 이것이 어찌 공정한 경쟁이라 할 수 있겠습니까! 차라리 정정당당하게 칼을 들고 막아서는 것이 덜 비겁할 것입니다!" "젊은이, 그게 바로 그 자의 방식일세. 그리고 그 방.. 2025. 7. 6.
풍운의 시대, 새로운 하늘 아래 3장 풍운의 시대, 새로운 하늘 아래제3장: 가시밭길의 첫걸음진양부를 나서는 김약선의 등 뒤로 쏟아지던 최항의 시선은, 그의 살갗에 박힌 가시처럼 내내 따끔거렸다. 자신의 저택으로 돌아오는 내내, 김약선의 머릿속은 차갑게 식어갔다. 늙은 용은 그에게 기회를 줌과 동시에, 그의 목에 칼을 들이댔다. 한 달. 그 안에 성과를 보이지 못하면 모든 것은 최항의 차지다. 그의 피비린내 나는 방식이 정당성을 얻게 될 것이고, 자신이 꿈꾸는 '법도의 정치'는 한낱 서생의 공허한 망상으로 치부될 터였다.그가 무거운 표정으로 사립문을 들어서자, 아내 최씨 부인이 버선발로 뛰어나와 그를 맞았다. 그녀는 남편의 굳은 얼굴만 보고도 모든 것을 짐작한 듯, 아무것도 묻지 않은 채 그의 손을 잡고 안으로 이끌었다. "서방님." 둘만 .. 2025. 7.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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